[책] 함께 자라기(애자일로 가는 길)

배경
인터넷 서핑을 하다 알게 되었는데 자세한 이유는 까먹었다. 아마 기술 관련 글을 찾아 보다가 작가의 블로그까지 흘러 들어갔었던 것 같다. 블로그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과연 지금 시대에 뛰어난 실력자, 전문가가 얼마나 존재할까? 우리가 흔히 아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과연 그 분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책은 평상시 내가 갖고 있던 이러한 질문에 만족할만한 대답을 줄 것만 같았다.
마음에 들었던 책 내용
이 책은 크게 3가지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자라기”, “함께”, “애자일” 자라기에서는 학습, 배우기, 자기계발을 뜻한다. 함께 에서는 협력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애자일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간략히 설명하고 마무리한다.
자라기
당신은 몇 년 차?
이 책을 읽게 만든 주제다. 채용과 성과 데이터를 분석한 논문을 설명한다. 정리하면 어느 분야에서의 연차와 업무성과와는 관련이 낮다는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영향이 있지만 약 6개월~1년 정도가 지난 시점부터는 큰 의미가 없었다. (학력은 무려 취미생활만큼이나 관련도가 낮았다)
가장 학습하기 힘든 직업이 살아남는다.
AI니 4차산업이 화두인 시대, 기계가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을 하라는 내용이다. 그런 일의 특징은 목표가 모호하고, 불확실하며 기록이 별로 없는 것. 생각해보면 프로그래밍 언어만 해도 과거보다 작성이 아주 수월해진 것이 사실이다. 많은 부분이 모듈화되었고 NPM이니 NODEjs니 다양한 패키지들이 나왔으며, 프론트엔드 개발자도 백엔드까지 신경쓰지 않고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시절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은 더욱더 빨라지고 컴퓨터가 대체할 것이다. 어떠한 기술을 기계적으로 학습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그 기술이 왜 사용되어야 하는지 좀 더 합리적인 기술이 없는지 고민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고 사람이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기술을 두루두루 섭렵하고 알고 있고 그 분야의 전문가 또는 기술 레퍼런스의 위치를 잘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수는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다
이직하기 전 회사가 떠오르는 주제였다. 전국 무선망을 운영하다 보니 무장애(실수)는 제일 중요한 이슈였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실수 예방의 수준이 심해졌다. 1,2번의 크로스체크로는 예방이 되지 않으니 추가 인력을 투입하여 실수를 미리 체크하게 했고 심지어 임원들이 세부작업을 일일이 챙기는 사태가 벌어졌다. 아무래도 평가의 척도가 장애에 달려있나 보니 관리자 입장에서 예민해지는 것은 당연했던 것 같다. 실수를 오픈하고 어떻게 하면 보다 빨리 리커버리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달인이 되는 비결
위 내용은 내가 생각하던 것을 인정받은 것이었다면, 이 부분에서 앞으로 내가 이렇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달인이 되는 비결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동기”가 필요하고 두 번째는 “빠른/많은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 동기와 관련해서 작가는 실력과 난이도를 설명한다. 정리하면 하려고 하는 목표(학습, 일)의 난이도와 내 실력이 비슷해야 동기를 느낀다는 것이다. 모자랄 경우 불안감을 느끼고, 넘칠 경우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일을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잘 살펴보라고 저자는 얘기한다. 나 역시 지난 회사에서 지루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주식, 장사, IoT개발 등 다양한 일에 손을 댔던 것 같다. 두 번째 피드백과 관련해서는 의사의 예를 듭니다. 외과 의사의 경우 빠른 피드백으로 인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빠르게 인지하고 시간이 지날 수록 전문성이 높아지지만, 상대적으로 내과 의사의 경우 자신의 실수를 굉장히 나중에 알거나 피드백을 아예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요새 한참 관심을 가진 기능의학의 관점도 이와 같았다. 현대 의학은 응급의학은 고도로 발달하였으나 암, 당뇨,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에는 오히려 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다. 극복 방법은 본인이 어떻게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예컨대 동료, 환자,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요청하고 정리하는 것이다.
함께
협력을 통한 추상화
전체를 파악하는 것, 흐름을 파악하는 것을 좋아한다. 추상화는 이러한 과정에 꼭 필요한 것이다. 저자는 협력을 통해 이러한 추상화를 갖는 것이 훨씬 효율이 높다고 말한다. 심지어 말을 하지 않는 전문가 집단은 개인보다 능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상시 남에게 설명하면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참으로 반가운 이야기이다. 김경일 교수의 메타인지 교육과도 일맥상통하는 내용 같았다.
객관성의 주관성
객관적이라는 것은 주관적이라는 것이다. 말이 조금 우습나(?)ㅋㅋㅋ. 세상은 합리적으로 돌아가는 것 같지만 일이 되는 데 있어서 단순히 기술과 합리성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프로젝트가 중단될 수도 있고 계약이 파기될 수도 있다. 즉, 기술만큼 상대방을 설득하고 친해지려는(?) 노력 또한 중요하다고 말한다.
결론
10년 동안 IT 기업에 몸을 담으면서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룬 것이 없다고 자책하던 내게, 지금껏 잘 해왔고 앞으로 이런 것을 더 하면 좋겠어! 하고 응원해주는 책이었다. 앞으로 그럼 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지금 새로 만난 팀원들과 인간적으로 사이좋게 지내고,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적극적으로 맡아 도움을 주고 또 도움을 받고, 새로운 기술에 대해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끼며, 주변에 이 길이 맞는지 자주 물어보고 피드백을 받으며 성장해야겠다!